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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호박 암꽃만 피고 수꽃이 안 피는 황당한 상황

by !lifestyle 2026. 2. 28.

 

텃밭을 가꾸다 보면 정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특히 호박을 키울 때는 더욱 그렇더군요. 작년인가요, 제가 정성껏 심은 호박 모종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넝쿨 길이가 3미터를 훌쩍 넘겼을 때 의 일입니다. 매일 아침 텃밭에 나가서 잎사귀 아래를 들여다보는 것이 제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잎사귀가 제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크게 자라나고, 줄기도 제 엄지손가락만큼 굵어지는 것을 보며 올해 호박 농사는 대성공이겠구나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제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호박 넝쿨에 암꽃만 가득할 때의 당혹감

처음 호박 꽃봉오리가 맺혔을 때 저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꽃 아래에 아주 작은 아기 호박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게 아니겠어요? 바로 암꽃이었습니다. 한두 개도 아니고 무려 다섯 송이나 동시에 암꽃이 피어오르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금방이라도 맷돌호박을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호박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어서 벌이 수분을 해주거나 제가 직접 인공 수분 을 해줘야 열매가 맺히는데, 밭 어디를 찾아봐도 수꽃이 단 한 송이도 보이지 않는 것 이었습니다.

수분 실패로 인한 아기 호박의 낙과

암꽃은 화려하게 입을 벌리고 신랑인 수꽃을 기다리는데, 정작 수꽃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더군요. 아기 호박이 달린 암꽃은 하루 이틀 정도 활짝 피어 있다가, 수분을 받지 못하면 그대로 노랗게 변하며 힘없이 땅으로 툭 떨어져 버립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제 마음은 정말 타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줄기 길이가 15cm쯤 됐을 때 벌써 주먹만 한 호박이 달릴 줄 알았는데, 수분이 안 된 아기 호박들은 겨우 3cm도 못 넘기고 생을 마감하더군요.

왜 내 호박 밭에는 신랑인 수꽃이 보이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호박은 주변 환경과 영양 상태에 따라 암꽃과 수꽃의 비율을 스스로 조절한다고 합니다. 저는 호박을 빨리 크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질소질이 풍부한 퇴비 를 정말 아낌없이 쏟아부었습니다. 그랬더니 잎과 줄기는 마치 밀림처럼 무성해졌지만, 식물이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번식보다는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질소 과다와 영양 생장의 불균형

질소 성분이 너무 과다하면 영양 생장에만 치우쳐서 꽃눈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 암꽃만 먼저 피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또한 기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더군요. 야간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이 짧을 때 식물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호박 입장에서는 종족 번식을 위해 암꽃을 먼저 내보냈는데, 정작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수꽃이 생성되는 타이밍이 어긋나 버린 것이지요. 오이 수분 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호박 역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는 인간의 욕심이 부른 참사였던 셈입니다. 물 하루 걸렀더니 축 처지는 잎을 보고 부랴부랴 물을 준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속에 담긴 과도한 영양분이 오히려 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텃밭의 다른 작물들과 비교하며 느끼는 농사의 어려움

호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옆에 심어둔 다른 작물들도 저마다의 문제로 저를 괴롭혔습니다. 방울토마토 곁순 제거 를 제때 하지 못해서 줄기가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린 것은 물론이고, 무성하게 자란 잎사귀 사이로 깻잎 벌레 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더군요. 깻잎 뒷면을 뒤집어보니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릅니다. 호박은 수꽃이 안 피어서 문제고, 깻잎은 벌레 때문에 문제고, 정말 텃밭 농사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텃밭의 교훈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과정이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방울토마토 곁순을 따주며 영양분을 분산시키지 않는 법을 배웠고, 깻잎 벌레를 잡으며 친환경 방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호박 역시 마찬가지였죠. 단순히 물과 비료만 많이 준다고 해서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호박 꽃 하나 피우는 데에도 적절한 햇빛과 온도, 그리고 균형 잡힌 영양 공급 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수꽃이 피지 않는 상황에서 이웃 밭에 가서 수꽃 한 송이만 얻어올까 수백 번 고민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뼈아픈 실패의 분석과 다음을 위한 다짐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제가 내린 결론은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는 것이었습니다. 퇴비는 반드시 완숙된 것을 적당량만 사용하고, 초기 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질소질 비료보다는 인산과 가리 성분이 들어간 비료를 적절히 섞어주어 꽃눈 형성을 도와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호박 한 포기만 심기보다는 여러 포기를 간격을 두고 심어서 수꽃과 암꽃이 피는 시기가 엇갈리더라도 서로 수분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지요.

더 나은 내년을 위한 준비

다음에 호박을 심을 때는 넝쿨이 뻗어 나가는 길목에 멀칭을 더 꼼꼼히 해주고, 아침 일찍 수꽃이 피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생각입니다. 혹시라도 또 수꽃이 귀하게 피어난다면, 붓을 들고 직접 인공 수분 을 시켜주는 정성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농사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들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는 치밀한 전략과 자연에 대한 이해가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번 호박 암꽃 사건을 통해 절실히 배웠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텃밭에서 호박 암꽃만 피고 수꽃이 안 보여서 발을 동동 구르고 계신가요?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식물도 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우리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환경을 맞춰준다면 결국에는 탐스러운 열매로 보답할 테니까요. 올해는 실패했지만, 내년에는 반드시 제 팔뚝보다 굵은 호박을 수확해서 맛있는 호박죽을 끓여 먹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때는 깻잎 벌레 도, 방울토마토 곁순 관리도 완벽하게 해내서 진정한 도시 농부로 거듭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