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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깻잎 벌레 손으로 잡다가 징그러워서 포기한 날

by !lifestyle 2026. 2. 24.

 

35. 깻잎 벌레 손으로 잡다가 징그러워서 포기한 날

텃밭을 가꾼다는 것은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행위를 넘어 자연의 경이로움과 처절한 생존 본능을 동시에 마주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 상추와 깻잎 모종을 사다 심었을 때만 해도 제 머릿속에는 삼겹살 파티를 하며 향긋한 깻잎을 무제한으로 따 먹는 행복한 상상뿐이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습니다. 자연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고, 제가 공들여 키운 작물을 노리는 불청객들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오늘은 제가 야심 차게 시작했던 깻잎 농사에서 깻잎 벌레라는 거대한 장벽 에 부딪혀 결국 항복을 선언했던 그 눈물겨운 경험담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초보 농부의 야심 찬 시작과 15cm의 희망

깻잎 모종 5포기로 시작한 꿈

처음 시장에서 깻잎 모종을 5포기 사 왔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깻잎은 워낙 생명력이 강해서 대충 심어도 잘 자란다는 말만 믿고 텃밭 한구석에 자리를 잡아주었지요. 물을 하루에 한 번씩 꼬박꼬박 주며 정성을 다했더니, 이 녀석들이 보답이라도 하듯 쑥쑥 자라기 시작하더군요. 깻잎 키가 한 15cm쯤 자랐을 때 였습니다. 줄기가 제법 굵어지고 잎사귀도 제 손바닥 절반만큼 커지면서 특유의 진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농약 유기농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천부적인 농사꾼인 줄 알았습니다. 역시 유기농이 최고라며 비료나 약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물과 햇빛으로만 키우겠다는 고집을 부렸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물을 주러 나갔다가 깻잎 뒷면에 뚫린 작은 구멍들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처음엔 그저 바람에 찢긴 건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것이 비극의 서막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깻잎 벌레와의 처절한 사투와 징그러움에 굴복한 순간

들깨잎벌레라는 예기치 못한 불청객

구멍은 하루가 다르게 커졌습니다. 20cm 정도로 자란 깻잎들의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잎사귀 중간에 검은 알갱이 같은 배설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아, 이게 말로만 듣던 벌레의 소행이구나!" 싶어 잎을 조심스럽게 뒤집어 보았습니다. 세상에나, 초록색 몸통을 가진 통통한 애벌레 한 마리가 잎맥을 따라 야무지게 식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수살' 작업을 포기하게 만든 공포

처음엔 용기를 냈습니다. 핀셋을 가져와서 한 마리씩 잡아내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깻잎 벌레, 특히 들깨잎벌레라고 불리는 이 녀석들 은 보호색이 어찌나 뛰어난지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겨우 보였습니다. 잎 뒷면에 딱 붙어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온몸에 닭살이 돋더군요. 한두 마리일 때는 잡을 만했는데, 잎 한 장을 뒤집으니 무려 네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본 순간 제 멘탈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 특유의 흐물거리는 촉감과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정말이지 극복하기 힘든 공포였습니다. 결국 저는 핀셋을 내던지고 말았습니다. 징그러움이 수확의 기쁨을 완전히 압도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방울토마토와 오이를 키우며 배운 소중한 교훈들

방울토마토 곁순 제거의 중요성

깻잎 벌레 때문에 상심해 있던 저에게 다른 작물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키우던 방울토마토는 방울토마토 곁순 이 미친 듯이 뻗어 나와 정글을 이루고 있더군요. 곁순 제거를 제때 해주지 않으면 영양분이 분산되어 정작 열매가 실하게 맺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15cm 정도 자랐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겨드랑이 사이에 난 곁순을 따줬어야 했는데, 아깝다는 생각에 그냥 뒀더니 나중에는 어디가 원줄기인지 구분조차 안 될 정도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물 하루의 차이와 오이 수분

오이는 더 예민했습니다. 벌레 소동 때문에 정신이 팔려 물을 하루 걸렀더니 , 그 뙤약볕에 오이 잎이 축 늘어져서 죽어가는 시늉을 하더군요. 오이는 수분이 정말 중요한 작물이라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또한 오이 수분 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양이 구부러지거나 끝이 가늘어지는 기형 오이가 나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자연 수분이 어렵다면 붓으로 인공 수분이라도 해줬어야 했는데, 저는 벌레에 겁먹어 텃밭 근처에 가는 것조차 망설였으니 작물들이 오죽했겠습니까?

실패 원인 분석과 다음을 위한 준비

잘못된 재배 환경: 재식 거리의 문제

나중에 이웃집 농사 고수분께 여쭤보니 제 깻잎 농사가 망한 데에는 명확한 원인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심는 간격이 너무 좁았다 는 점입니다. 깻잎들 사이를 20cm 이상 띄워야 통풍이 잘되고 벌레가 덜 꼬이는데, 저는 욕심에 다닥다닥 붙여 심었거든요. 습한 환경이 조성되니 벌레들이 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호텔이 없었던 셈입니다.

예방 방제의 부재: 난황유의 활용

둘째는 예방의 부재였습니다. 유기농을 고집하더라도 난황유(계란 노른자와 식용유를 섞은 것) 같은 천연 살충제 를 미리 뿌려줬어야 했습니다. 벌레가 이미 창궐한 뒤에 손으로 잡으려니 징그러움은 물론이고 효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번 깻잎 농사는 비록 벌레에게 완패하며 끝났지만, 아주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다음에는 모종을 심을 때부터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고, 키가 10cm 정도 자랐을 때부터 미리 천연 방제 작업을 시작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징그러운 벌레를 손으로 잡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 , 그것이 바로 초보 농부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지혜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텃밭 농사를 계획 중이시라면 저처럼 벌레와 눈을 마주치고 비명을 지르기 전에 꼭 미리미리 예방책을 세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