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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방울토마토 웃자람, 햇빛 부족이 원인이었다

by !lifestyle 2026. 2. 13.

 

17. 방울토마토 웃자람, 햇빛 부족이 원인이었다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가졌던 로망은 빨갛게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한 바구니 가득 수확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보 농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볼 법한 풍경이지요. 시장에서 사 먹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하고 아삭한 맛을 기대하며 야심 차게 모종을 사 왔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모종을 사 왔을 때만 해도 그 녀석들은 키가 약 10cm 정도로 아주 탄탄하고 야무진 모습 이었거든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베란다에서 자라나는 그들을 지켜보며 저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습니다.

콩나물처럼 가늘게 자라는 방울토마토의 비극

처음 일주일은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방울토마토의 키가 쑥쑥 자라 있는 것이 눈에 보였거든요. 어느덧 줄기 길이가 15cm를 훌쩍 넘어서더니 20cm 가까이 자라나는 속도 에 감탄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줄기가 굵어지지는 않고 오로지 위로만 길게 뻗어 나가고 있더군요. 마치 비빔밥에 들어가는 콩나물처럼 위태위태하게 하늘을 향해 몸을 비틀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웃자람 현상 이었습니다. 식물이 옆으로 튼튼하게 퍼지지 못하고 위로만 껑충하게 자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햇빛이 절대적으로 부족 했습니다. 베란다 창가에 두었으니 빛을 충분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저의 큰 오산이었습니다. 유리창을 한 번 통과한 빛은 식물이 광합성을 하기에 충분한 광량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식물체 내의 옥신이라는 호르몬이 빛이 적은 쪽으로 몰리면서 줄기 세포를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려버린 결과였습니다. 줄기가 너무 가늘어서 손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툭 하고 부러질 것만 같았습니다. 지지대를 세워보려 했지만 이미 줄기 자체가 힘이 없으니 지지대에 묶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습니다. 물을 하루 걸렀더니 잎이 축 늘어지며 금방이라도 고사할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수분이 조금만 부족해도 줄기가 얇으니 버티는 힘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입니다. 이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식물은 단순히 물만 준다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 을 말입니다.

햇빛 양이 부족할 때 식물이 보내는 위험 신호

방울토마토가 웃자라기 시작하면 마디와 마디 사이의 간격이 비정상적으로 넓어집니다. 원래라면 촘촘하게 잎이 돋아나야 할 자리에 휑한 줄기만 길게 이어지니 보기에도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햇빛을 찾아서 줄기가 휘어지는 굴광성 현상 까지 겹치면서 방울토마토는 마치 기괴한 형상으로 변해갔습니다. 식물은 광량이 부족하면 생존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키우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데 써야 할 에너지를 빛을 찾기 위한 사투에 쏟아붓는 셈입니다.

해결을 위한 시도: 심식법과 북주기

저는 뒤늦게라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화분을 가장 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웃자란 줄기는 다시 단단해지지 않더군요. 전문가들의 조언을 찾아보니 이럴 때는 차라리 줄기를 깊게 심어버리는 심식법 을 사용하라고 하더군요. 방울토마토는 줄기에서도 뿌리가 나오는 성질이 있어서 흙을 북돋워 주면 웃자란 줄기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실제로 흙을 줄기 중간까지 덮어주었더니 며칠 뒤 줄기에서 잔뿌리들이 돋아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역시 충분한 직사광선 이었습니다. 식물에게 햇빛은 밥이자 공기와도 같습니다. 특히 열매를 맺는 작물일수록 하루 최소 6시간 이상의 강한 빛 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실내 베란다에서 키운다면 식물 생장용 LED 조명이라도 설치했어야 했는데 무지함이 부른 참사였습니다.

곁순 제거와 벌레 습격 속에서 배운 텃밭의 교훈

방울토마토를 키우다 보면 웃자람만큼이나 신경 써야 할 것이 바로 방울토마토 곁순 제거 입니다. 줄기와 잎 사이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 곁순들은 영양분을 뺏어 먹는 주범입니다. 웃자람 때문에 가뜩이나 영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곁순까지 멋대로 자라게 두면 원줄기는 더욱 힘을 잃게 됩니다. 저는 매일 아침 돋아난 곁순을 손으로 톡톡 따주며 영양분이 오로지 위로, 그리고 꽃으로 갈 수 있도록 집중 관리했습니다.

깻잎 벌레와 오이 수분 문제의 발생

텃밭에는 토마토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옆에서 함께 자라던 깻잎은 또 다른 시련을 주었습니다. 소복하게 자라던 깻잎 뒷면에 어느 날부터인가 구멍이 숭숭 뚫리기 시작하더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 작은 깻잎 벌레 들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웃자람 때문에 토마토에 신경 쓰느라 깻잎 관리에 소홀했던 틈을 타 벌레들이 파티를 벌인 것이죠. 천연 살충제를 만들어 뿌려보기도 하고 하나하나 손으로 잡아보기도 했지만 자연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훨씬 끈질겼습니다. 또한 오이 수분 문제도 저를 괴롭혔습니다. 방울토마토는 바람만 불어도 수정이 잘 되는 편이지만 베란다처럼 폐쇄된 공간에서는 벌과 나비가 오지 않아 오이 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암꽃이 피어도 열매가 맺히지 않고 노랗게 변해 떨어질 때의 그 허탈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인공수분을 해줘야 한다는 사실 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면봉을 들고 꽃가루를 옮겨주는 수고를 자처해야만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텃밭 초보가 겪어야 하는 통과 의례와도 같았습니다.

실패를 발판 삼아 준비하는 다음 시즌의 계획

결론적으로 첫 번째 방울토마토 농사는 기대했던 수확량의 절반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키만 멀대같이 크고 열매는 조그맣게 몇 알 열리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그 무엇보다 값집니다. 우선 일조량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모종을 너무 일찍 심지 말아야 한다 는 것을 배웠습니다. 기온이 충분히 올라가고 해가 길어지는 시점을 정확히 맞춰야 웃자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화분의 위치를 더 정교하게 배치할 생각입니다. 베란다 난간 바깥쪽으로 걸이대를 설치하거나 아니면 아예 옥상 텃밭을 활용하여 하루 종일 해를 쬐게 해줄 예정입니다. 그리고 물 주기 타이밍도 더 세심하게 조절해야겠습니다. 흙의 겉면이 말랐을 때 듬뿍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웃자람이 심할 때는 수분 공급을 약간 제한 하여 식물이 스스로 줄기를 단단하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기술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비록 이번에는 비리비리한 줄기에 매달린 작은 토마토 몇 알을 먹는 것에 만족해야 했지만 흙을 만지고 생명이 자라나는 것을 관찰하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큰 힐링이었습니다. 깻잎 벌레와 싸우고 오이 수분을 고민하며 보낸 시간들이 저를 조금 더 성숙한 도시 농부로 만들어주었으리라 믿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웃자람 없이 단단하게 자란 줄기에서 주먹만 한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열리는 풍경을 반드시 만들어낼 것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식물이 위로만 가늘게 자란다면 지금 당장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 으로 자리를 옮겨주세요! 식물의 고군분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