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스스로와 타협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특히 마감 기한이 촉박하거나, 이미 수십 번 반복해서 익숙하다고 착각하는 업무를 처리할 때 그런 유혹은 더욱 달콤하게 다가오죠. 저 또한 그랬습니다. 2025년인 지금,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때의 그 안일했던 결정 하나가 얼마나 거대한 스노우볼이 되어 저를 덮쳤는지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늘은 제가 과거 웹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소한 데이터베이스 최적화 과정을 "나중에 하지 뭐"라고 넘겼다가, 서비스 오픈 당일 트래픽 폭주로 시스템이 마비되었던 뼈아픈 실패 경험을 공유하려 합니다. 이 글은 단순한 실패담이 아니라, 왜 우리가 디테일에 집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적이고 실무적인 회고록 입니다.

사소한 타협이 시작된 순간 - 프로젝트 막바지의 압박감
사람은 급할 때 본성이 나온다고 하죠? 프로젝트 런칭을 앞두고 일정은 턱없이 부족했고,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은 계속해서 추가되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백엔드 리드 개발자로서 전체적인 아키텍처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팀원들 모두가 밤샘 작업에 지쳐 있었고, 저 역시 어떻게든 '오픈'만 시키면 된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기능 구현에만 급급했던 개발 환경
당시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기능의 동작'이었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넘어가고, 결제가 이루어지는 표면적인 프로세스에만 집중했죠. QA(Quality Assurance) 기간이 2주 정도 잡혀 있었지만, 앞단의 개발 일정이 밀리면서 실질적인 테스트 기간은 고작 3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때 저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바로 '쿼리 튜닝(Query Tuning)'과 '인덱스(Index) 설계' 검토를 생략한 것 입니다. "로컬 환경에서 데이터 100개 넣고 돌려보니 0.1초 만에 나오는데 무슨 문제겠어?" 이 생각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개발 서버에서는 데이터가 적었기 때문에 아무리 비효율적인 코드를 짜도 티가 나지 않았거든요. 데이터가 쌓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성능 저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안일함이었습니다.
부하 테스트 시나리오의 부재
원칙대로라면 JMeter나 nGrinder 같은 도구를 사용해 실제 오픈 상황을 가정한 부하 테스트(Load Test)를 수행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버 사양을 AWS r5.large 인스턴스로 넉넉하게 잡았으니 괜찮을 거야"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이를 건너뛰었습니다. 하드웨어의 성능만 믿고 소프트웨어의 최적화를 간과한 셈이죠. 비용 절감을 위해 오토 스케일링(Auto Scaling) 정책조차 매우 보수적으로 잡아둔 상태였습니다.
경고 신호를 무시한 대가
사실 오픈 며칠 전부터 전조 증상은 있었습니다. 간헐적으로 특정 페이지 로딩이 1~2초씩 지연되는 현상이 리포트되었죠. 하지만 저는 이를 네트워크 일시적 지연이나 클라이언트 쪽의 렌더링 문제라고 치부했습니다. 로그를 자세히 뜯어보지 않고 "새로고침 하니까 잘 되네요?" 하고 넘겼던 그 순간, 저는 폭탄의 뇌관을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오픈 당일 마주한 재앙 - 시스템 셧다운의 공포
드디어 D-Day가 밝았습니다. 마케팅 팀은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고, 오전 10시 정각에 전 고객을 대상으로 푸시 알림이 발송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10시 5분, 제 모니터 속 대시보드는 붉은색 경고등으로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 접속자 5,000명의 위력
예상보다 많은 유저가 몰렸습니다. 당시 동시 접속자 수(Concurrent Users)가 순간적으로 5,000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저희가 예상한 트래픽의 3배가 넘는 수치였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시스템에 트래픽이 몰리자,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른 것은 웹 서버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DB)였습니다. CPU 사용률(CPU Utilization)이 순식간에 99%를 찍더니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슬로우 쿼리가 불러온 나비효과
문제의 원인은 제가 "대충 넘겼던" 바로 그 조회 쿼리였습니다. 인덱스가 제대로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Full Table Scan(전체 검색)' 방식으로 조회하고 있었던 겁니다. 평소라면 0.1초 걸리던 쿼리가 트래픽이 몰리자 병목 현상(Bottleneck)을 일으키며 10초, 20초씩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DB 커넥션 풀(Connection Pool)이 순식간에 고갈되었고 , 뒤이어 들어오는 요청들은 대기열에서 기다리다 타임아웃(Timeout) 오류를 뱉어내며 줄줄이 실패했습니다.
502 Bad Gateway와 고객들의 분노
사용자들의 화면에는 하얀색 바탕에 '502 Bad Gateway' 혹은 '504 Gateway Time-out'이라는 차가운 메시지만 떴습니다. 고객센터 전화는 불통이 되었고, SNS에는 서비스 장애에 대한 불만 글이 폭주했죠. "이럴 거면 홍보는 왜 했냐", "결제했는데 돈만 빠져나가고 확인이 안 된다"는 글을 보며 저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넘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짧은 1시간 동안 발생한 기회비용 손실만 수천만 원에 달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수습 과정과 기술적 부채의 청산 - 뼈를 깎는 복구 작업
서비스를 긴급 점검 모드로 전환하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팀원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고, 저 역시 손이 떨려 키보드를 치기 힘들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리더로서 책임을 져야 했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습니다.
로그 분석을 통한 문제점 특정
AWS CloudWatch와 RDS Performance Insights를 통해 로그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범인은 명확했습니다. 특정 상품 목록을 조회하는 쿼리에서 'Filesort'가 발생하고 있었고, 조인(Join) 연산이 비효율적으로 수행되고 있었습니다. 개발 단계에서 `EXPLAIN` 명령어를 통해 실행 계획(Execution Plan)만 한 번 확인했더라도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초보적인 실수 였습니다.
긴급 패치와 인덱스 재설계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DB에 적절한 복합 인덱스(Composite Index)를 추가했습니다. 다행히 인덱스를 태우자마자 CPU 사용률이 99%에서 10%대로 뚝 떨어지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불필요하게 많은 데이터를 불러오던 `SELECT *` 구문을 필요한 컬럼만 조회하도록 수정하고, 캐싱(Caching) 레이어인 Redis를 도입하여 DB로 가는 부하를 분산시켰습니다. 이 작업은 밤을 꼬박 새워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완료되었습니다.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했지만, 떠나간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희는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장애 시간 동안 피해를 본 유저들에게 보상 포인트를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데는 사고가 터지는 시간의 수백 배가 걸린다는 것 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과 변화된 업무 태도
그날의 악몽 같은 경험 이후, 저는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대충"이라는 단어는 제 사전에서 사라졌습니다. 2025년 현재, 저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일하고 있습니다.
기술 부채(Technical Debt)는 반드시 이자가 붙는다
개발이나 업무 과정에서 편의를 위해 생략하거나 대충 처리한 부분은 '기술 부채'가 됩니다. 그리고 이 부채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시무시한 복리 이자가 붙어서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지금 1시간을 아끼려다 나중에 100시간을 쓰게 되는 셈이죠. 초기 설계 단계에서 꼼꼼하게 검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깨달았습니다.
크로스 체크와 자동화 테스트의 생활화
이제는 인간의 감을 믿지 않습니다. 아무리 간단한 수정이라도 반드시 동료 개발자에게 코드 리뷰(Code Review)를 요청합니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제가 놓친 부분이 너무나 잘 보이거든요. 또한, CI/CD(지속적 통합/배포) 파이프라인에 자동화 테스트를 구축하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코드는 아예 배포되지 않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저의 실수를 막아주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문서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당시 문제 해결이 늦어졌던 이유 중 하나는 시스템 구조에 대한 문서화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만 있던 로직은 위기 상황에서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주 사소한 트러블슈팅 과정이라도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것이 훗날 저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 디테일이 차이를 만듭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당장의 귀찮음이나 시간 부족을 핑계로 무언가를 "대충" 넘기려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공부하는 모든 과정에서 말이죠. 하지만 명심하세요.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 우리가 무심코 넘긴 그 작은 틈새로 문제는 반드시 비집고 들어옵니다. 반대로 말하면, 남들이 귀찮아하는 그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야말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가 됩니다. 저의 부끄러운 실패담이 여러분에게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꼼꼼함은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의 나를 구원하는 가장 확실한 보험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이 처리하고 있는 업무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