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의욕적으로 한 해를 시작하곤 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뼈저리게 느낀 교훈 하나가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혼자 끙끙 앓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을 만들지 말자' 는 것입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몸이 아프거나, 업무상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조금만 참으면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옵니다. 저에게는 작년 하반기가 바로 그런 시기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겪었던 실패와 시행착오를 가감 없이 공유하며, 왜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삶과 통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사소한 신호를 무시했던 나의 오만함
처음에는 정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의 불편함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몸이나 상황이 보내는 신호는 생각보다 정직하고 정확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멈춰야 할 때였습니다.
괜찮다는 착각이 만든 늪
사건의 발단은 작은 통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10시간을 훌쩍 넘깁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오른쪽 어깨와 목 사이가 뻐근하고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저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명백한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잠을 잘못 잤겠지" 혹은 "요즘 일이 좀 몰려서 그래" 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습니다. 파스를 붙이고 스트레칭 몇 번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습니다. 이때 멈췄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마감 기한이 다가오고 있었고, 클라이언트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제 건강보다 우선이라는 위험한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병원에 갈 시간을 내는 것조차 아깝다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잘못된 효율성 강박' 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다
통증은 일종의 경고등입니다. 자동차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들어왔는데 계속 주행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 몸이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에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주행을 계속했습니다.
처음 통증을 느꼈을 때 병원을 찾았다면, 아마 간단한 물리치료와 약물 처방으로 1~2주면 해결될 문제였을 겁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근막통증증후군 초기 단계 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저는 약국에서 진통제를 사 먹으며 버텼습니다. 진통제는 통증을 잠시 가려줄 뿐 원인을 치료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3주, 한 달이 지나면서 통증의 빈도와 강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억지로 버티는 것이 미덕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는 묘한 '인내의 미학'이 존재합니다. 아픈 것을 참고 일하는 것을 성실함으로 포장하거나,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는 태도를 책임감이라고 칭송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런 문화에 젖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아픈 걸로 유난 떨지 말자"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의 관점에서 다시 보면, 그것은 책임감이 아니라 자기 방임이자 직무 유기 였습니다. 내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지 못해 결과물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것이야말로 프로답지 못한 태도였으니까요. 아픔을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문제를 키우는 어리석음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터져버린 문제와 감당해야 했던 비용
혼자 참은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수없는 예고를 무시한 결과였습니다. 그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목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고 오른쪽 팔 전체에 마치 전기가 통하는 듯한 극심한 방사통이 느껴졌습니다.
응급실행과 충격적인 진단 결과
결국 저는 119를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족의 부축을 받아 겨우 택시를 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해야 했습니다. 정밀 검사를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경추 추간판 탈출증(목디스크)' , 그것도 신경 압박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환자분, 이 정도 될 때까지 어떻게 참으셨어요? 신경 손상이 우려될 정도입니다." 단순히 근육이 뭉친 줄 알았던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입원 치료와 시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금전적 손실
건강도 건강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왔습니다. 가장 피부로 와닿은 것은 바로 병원비였습니다. 비급여 항목인 MRI 촬영 비용, 신경 성형술 시술 비용, 입원비, 도수치료 비용 등을 합치니 순식간에 수백만 원이 깨졌습니다. 실비 보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기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의 한도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지출이었습니다.
초기에 동네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물리치료를 받았다면 몇 만 원, 많아야 십여 만 원 선에서 끝났을 일입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는 속담이 이토록 뼈아프게 다가온 적이 없었습니다. 경제적 손실은 병원비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프로젝트 중단과 신뢰의 하락
가장 뼈아픈 것은 업무적인 손실이었습니다. 입원과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를 도저히 마감 기한 내에 끝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클라이언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했지만, 마감 기한을 어긴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제 잘못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프로젝트의 잔금 수령이 늦어진 것은 물론, 다음 프로젝트 계약 건까지 취소되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프리랜서에게 신뢰는 생명과도 같은데, 건강 관리를 못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길까 봐 전전긍긍했던 밤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혼자 참으며 버틴 결과는 '완성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중단된 업무'와 '망가진 몸' 뿐 이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주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이 경험을 통해 제가 뼛속 깊이 깨달은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비전문가인 내가 혼자 판단하고 해결하려 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점입니다.
자가 진단의 위험성
요즘은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납니다. 저도 처음에 통증이 왔을 때 유튜브와 블로그를 검색하며 자가 진단을 했습니다. "이 스트레칭을 하면 낫는다", "이 영양제를 먹으면 좋다"는 정보만 믿고 따랐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몸은 기계처럼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겪은 증상은 단순 근육통과 디스크 탈출증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처법은 완전히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운동은 오히려 디스크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 없이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눈을 가리고 운전하는 것 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전문가 활용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많은 분들이 전문가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아까워합니다. 병원비, 변호사 상담비, 세무사 비용, 혹은 비즈니스 컨설팅 비용 등등. 하지만 제가 이번에 겪어보니 그 비용은 '매몰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보험성 투자' 였습니다.
초기에 전문가를 찾아가 5만 원을 쓰는 것이, 나중에 문제가 커져서 500만 원을 쓰는 것을 막아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것은 비단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문제나 세금 문제, 집수리 같은 생활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칙입니다. 모르면 물어보고, 아프면 병원에 가고, 막히면 전문가를 찾는 것. 이것이 2025년을 살아가는 가장 스마트한 생존 전략입니다.
회복 과정에서 깨달은 지속 가능한 삶의 태도
다행히 저는 집중적인 치료와 재활을 통해 지금은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 삶의 태도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여러분께도 제가 정립한 원칙을 공유해 드리고 싶습니다.
나만의 '3일의 법칙'
저는 이제 저만의 '3일의 법칙' 을 세웠습니다. 어떤 문제(신체적 통증이든 업무상의 난관이든)가 발생했을 때, 3일 동안 내 힘으로 해결되지 않거나 차도가 없다면 무조건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문가를 찾아간다 는 원칙입니다. 혼자 끙끙 앓는 시간을 딱 3일로 제한한 것입니다.
이 원칙을 세우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미련하게 참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되었고, 의사결정 속도도 훨씬 빨라졌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집안 하수구가 막혔을 때도 예전 같았으면 약품을 붓고 뚫어뻥으로 며칠을 씨름했겠지만, 이번에는 하루 해보고 안 되자마자 바로 업체를 불렀습니다. 결과적으로 시간도 아끼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습니다.
멈춤도 전진을 위한 과정이다
우리는 멈추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남들은 다 뛰어가는데 나만 멈춰 서 있으면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이죠. 하지만 자동차도 1만 km마다 엔진오일을 갈아줘야 더 오래, 더 잘 달릴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프면 쉬어야 하고, 모르면 물어봐야 합니다. "괜히 유난 떠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 때문에 참지 마세요. 여러분이 느끼는 그 불편함과 통증은, 더 큰 사태를 막기 위해 여러분의 직관이 보내는 구조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무언가를 혼자 참고 계신 분이 있다면, 부디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일을 키우지 않고 초기에 잡는 현명함, 그것이 진정한 고수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5년에는 우리 모두 몸도 마음도, 그리고 지갑도 건강하게 지키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