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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없이 시작했다가 중간에 멈춘 이유

by !lifestyle 2026. 1. 9.

 

2025년 새해가 밝았을 때, 제 다이어리 첫 장에는 '무조건 실행'이라는 단어가 아주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켜도, 서점에 가도 온통 "생각만 하지 말고 저질러라", "완벽주의가 가장 큰 적이다"라는 메시지가 넘쳐났으니까요. 그 달콤하고 자극적인 조언들에 취해 저는 오랫동안 구상만 했던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덜컥 시작해버렸습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통신판매업 신고를 마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일. 그 속도감에 취해 스스로를 대단한 실행가라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정확히 3개월 만에 모든 운영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끈기가 부족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고민 없이' 시작했다가 뼈저리게 겪은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 중심의 실패 분석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합니다. 혹시 지금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드릉드릉 시동을 걸고 계신 분이 있다면, 잠시 시동을 끄고 이 글을 먼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 기록은 저의 실패담이자,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아껴줄 예방주사입니다.

데이터 분석이 결여된 직감의 배신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근거 없는 자신감'입니다. 저는 이 자신감을 '직감'이라 포장하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제가 범한 첫 번째이자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바로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을 팔았다는 점입니다.

철저히 무시된 수요와 공급의 법칙

저는 평소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이 많았고, 제 취향이 대중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내가 예쁘면 남들도 예쁘겠지"라는 생각은 초보 사업가가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습니다. 아무리 내 눈에 예쁜 상품이라도 시장이 원하지 않으면 재고 덩어리에 불과했습니다.

나중에야 '아이템 스카우트'나 '블랙키위' 같은 키워드 분석 툴을 통해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결과는 처참하더군요. 제가 주력으로 삼았던 상품의 월간 검색량(Search Volume)은 고작 500건 남짓이었습니다. 반면 판매되는 상품 수, 즉 공급량은 2만 건이 넘었습니다. 경쟁 강도가 40이 넘어가는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 에 맨몸으로 뛰어든 셈이었죠. 수요와 공급의 기본 법칙조차 무시한 채 "예쁘니까 팔릴 거야"라고 생각했던 안일함이 초기 트래픽 '0'이라는 성적표를 만들어냈습니다. 검색량이 적더라도 전환율(CVR)이 높다면 승산이 있겠지만, 노출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전환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었습니다.

구체적인 타겟 페르소나의 부재

"누구에게 팔 것인가?"라는 질문에 저는 당시 자신 있게 "2030 여성 누구나"라고 답했었습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마케팅에서 타겟이 넓다는 건 타겟이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상세 페이지를 만들 때도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지 않으니 문구는 밋밋해졌고,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전혀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하는 30대 초반 전문직 여성의 데스크테리어 욕구'처럼 좁고 깊게 파고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저 '예쁜 화병', '감성 조명' 같은 모호한 키워드만 나열했습니다. 결국 제 상품은 알고리즘의 바다에서 길을 잃었고, 그 누구의 클릭도 받지 못하는 유령 상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한 결과 였습니다.

마케팅 비용과 수익 구조의 불일치

 

판매가 저조하자 저는 본질을 개선하기보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유혹에 빠졌습니다. 상품이 팔리지 않자 조급해졌고, 곧바로 유료 광고에 손을 댔습니다.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습니다.

ROAS에 대한 무지함이 부른 참사

CPC(Cost Per Click, 클릭당 비용) 광고가 무엇인지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은 채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돈을 쓰면 유입이 늘고, 유입이 늘면 팔리겠지"라는 단순한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숫자 앞에 잔혹했습니다. 제가 설정한 키워드의 평균 입찰가는 1,500원 수준이었는데, 제 상품의 마진은 개당 5,000원에 불과했습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볼까요? 전환율이 정말 훌륭해서 5%라고 가정해도, 20명이 클릭해야 1개가 팔립니다. 20번의 클릭 비용은 30,000원(1,500원 x 20)입니다. 5,000원을 벌기 위해 30,000원을 쓰는 꼴 이었죠. ROAS(Return on Ad Spend, 광고 대비 매출액)가 100%는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구조 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저는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지속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객단가와 LTV를 고려하지 않은 전략 실패

더 큰 문제는 재구매가 일어나기 힘든 단발성 상품 위주였다는 점입니다. 고객 생애 가치(LTV, Customer Lifetime Value)를 고려했다면, 첫 구매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 데이터를 확보해 추후 마케팅을 진행했을 겁니다. 소모품이나 식품처럼 재구매 주기가 짧은 상품이라면 초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고객을 모으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아이템들은 화병, 조명 등 한 번 사면 몇 년은 다시 살 필요가 없는 내구재들이었습니다. 결국 신규 고객 유치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은 계속 올라가는데, 한 명의 고객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통장에 찍히는 매출 숫자는 커지는데, 정작 월말 정산을 해보면 카드값 내기도 빠듯한 상황. 이 기형적인 현금 흐름(Cash Flow)의 악화 가 저를 멈춰 세운 결정적인 경제적 이유였습니다.

시스템 없이 갈아 넣은 시간과 번아웃

 

1인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기획자이자 마케터, CS 담당자이자 배송 기사가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효율성을 갉아먹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의 혼동

초기에 자본이 없으니 몸으로 때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하루 종일 택배 포장에 매달리고, 단순 CS 문의에 감정을 소모하느라 정작 중요한 상품 소싱이나 상세 페이지 개선 같은 기획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사업의 성장을 위해 고민해야 할 시간에 박스테이프를 붙이고 있었던 셈입니다.

특히 2025년 현재, 한국 고객들의 배송 눈높이는 '당일 도착' 혹은 '새벽 배송'에 맞춰져 있습니다. 일반 택배로 보내면서 배송 지연 문의에 일일이 죄송하다는 문자를 보내다 보니, 하루 24시간 중 18시간을 일하는데도 사업은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자동화 툴이나 3PL(제3자 물류) 같은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말 그대로 '주먹구구식' 운영의 한계 였습니다.

멘탈 관리 실패와 비교의 지옥

SNS를 보면 다들 월 매출 1,000만 원, 순수익 500만 원을 너무 쉽게 달성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화려한 인증샷과 성공담들을 보며 "나만 뒤처지는 건가?", "내가 무능한 건가?"라는 불안감은 저를 잠식했습니다. 이는 곧 심각한 수면 부족과 만성 피로로 이어졌습니다. 몸이 아프니 판단력은 더 흐려졌고, 흐려진 판단력은 또다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어느 날 아침,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주문 처리를 제때 못 하는 사고가 터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 이대로 가다가는 돈을 벌기 전에 병원비가 더 나오겠구나." 멈춤 버튼을 눌러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사업도, 성공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멈춤은 실패가 아닌 전략적 후퇴입니다

지금 저는 모든 판매 활동을 중단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난 3개월간 맨땅에 헤딩하며 얻은 데이터는 그 어떤 비싼 유료 강의보다 값진 자산이 되었습니다. 책으로만 배웠던 마케팅 용어들이 이제야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실행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설계도' 라는 사실입니다. 건물을 짓기 전에 지반을 조사하고 도면을 그리듯, 비즈니스도 철저한 시장 조사와 손익 분기점(BEP) 계산이 선행되어야 했습니다. 무작정 달리는 자동차는 빠를지는 몰라도, 목적지를 모르면 연료만 낭비할 뿐이니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혹시 "일단 저질러!"라는 말에 마음이 조급해지셨나요?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고민 없는 시작'은 '대책 없는 실패'를 불러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아니 두드리는 것을 넘어 설계도까지 확인하고 건너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이번에는 감이 아닌 데이터를 믿고, 속도보다는 방향을 보면서 말이죠. 여러분의 2025년은 저와 같은 시행착오 없이, 단단하고 현명한 성취로 가득 차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 글이 누군가의 헛발질을 막아주는 작은 브레이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